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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19 14:22:20
  • 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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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서 일상으로 훅 들어온 ‘無人경제’

제품을 고르기만 하면 알아서 결제까지 되는 신개념 무인점포 아마존고(Amazon Go)에서는 계산대에서 결제 때문에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자동결제 상점 모델을 선보이며 유통 산업의 미래를 제시했다. 중국은 오히려 더 발 빠르다. 빙고박스란 편의점 형태의 소매 무인점포를 곧바로 선보이며 삽시간 내 전국 수십 개 점포로 늘려나가고 있다. 유니클로는 미국 주요 공항·쇼핑몰에 주력 상품인 히트텍, 다운재킷을 살 수 있는 간이 무인점포를 내기도 했다. 그동안 대기업 공장에서 힘든 일을 대신하는 산업용 로봇 정도가 ‘무인경제’의 상징처럼 인식됐지만 최근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음성인식 등 IT 기술의 발달로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무한 확장되고 있다. 널리 보면 로보어드바이저 등 인간의 궂은일을 넘어 부를 증식해주는 역할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물론 인간 소외, 범죄 악용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무인경제 시대, 어디까지 왔고 우리 생활은 어떻게 더 바뀔까.

#1.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 지점에 들어서자 로봇이 반갑게 인사한다. 국내 1호 로봇 은행원 ‘페퍼’다. 가슴팍에 있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예금, 적금 등 금융상품 추천을 해준다. 날씨, 영화 등 기본적인 대화도 가능하다. 당장은 계좌 개설이나 상품 가입 등이 어렵지만 로봇 은행원이 점차 확산되면 인간을 대체하고 무인점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2. 서울 강남역 인근 터치카페. 매장엔 사람이 일절 없다. 들어가면 자동 원두커피 머신이 반기는데 메뉴에 따라 1500원에서 2500원 사이의 커피 음료를 터치스크린을 통해 고를 수 있다. 결제는 신용카드를 긁거나 삼성페이 등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만 해도 된다. 원승환 터치카페 대표는 “지난 8월경 서울 학동역 인근 1호점을 개설한 후 직영점, 가맹점 포함 6개월 만에 5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1호점은 후면 도로에 위치해 있지만 월 6000잔 정도가 팔려나가면서 월 순익이 450만원 정도 발생했다. 만약 같은 기간 점원을 고용했다면 이런 순익을 올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생활 속에 점점 ‘무인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셀프주유소, 무인 빨래방 등은 이미 전국에 수백 곳이 생겨났다. 무인 경비 업체도 성업 중이다.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점차 점원을 줄이고 디지털 키오스크로 주문받는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사람을 찾기 힘든 ‘스마트팩토리’가 대세가 되고 있다.

외식 시장에선 키오스크를 이용한 무인 주문대 설치가 한창이다. 사진은 버거킹 카운터가 비어 있는데도 무인 주문대에서 고객이 주문을 하는 모습.▶왜 무인 경제 시대인가

▷대면 기피 신세대도 활성화 한몫

무인 경제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제조, 제품, 서비스 등을 통해 경제활동이 이뤄진다는 개념이다. 뭉뚱그려 시장 규모를 하나로 파악하긴 힘들지만 무인점포, 자율주행, IoT(사물인터넷), 로봇, 스마트팩토리 등 관련 각종 산업 지표에서 무인 경제 성장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 세계 스마트공장은 2016~2022년 사이 연평균 10.4%의 성장률로, 2022년 시장 규모는 74억8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한국디지털정책학회)에서부터 IFR(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조사 결과, 글로벌 로봇 시장은 최근 5년간(2010~2015년) 연평균 16%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무인 경제가 이처럼 대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IT, 제조 산업이 인간에게 더욱 편한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해온 게 도화선이 됐다. 보다 쉽고 편리한 서비스에 고객은 당연히 지갑을 여니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더불어 노동 환경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최저임금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한국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인건비 상승세가 대세다. 반면 회사 입장에선 노동생산성이 같은 비율로 오르지 못한다고 판단, 이를 무인으로 대체하려다 보니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김희준 T-PLUS 상무는 “노동생산성 면에서 사람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제조 현장은 물론 최저시급, 노동법 준수에 예민한 유통업에서도 무인점포로 전환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총원가 대비 인건비의 비중이 높은데 객단가는 낮은 업종 중심으로 무인점포가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 성향 변화도 무시 못 한다. ‘음성통화보다 문자를 선호한다’는 통신사의 사용자 통계처럼 최근 소비자는 비대면을 선호하는 분위기라 무인 경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김주호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많고 SNS에 익숙한 신세대는 대면하는 의사소통이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낀다. 이전 세대와 달리 더치페이도 일상화돼 있어 무인점포를 오히려 편하게 여기면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제조·생산 ‘무인화 선두’

▷자동화율 100% ‘스마트팩토리’ 시대

현재 무인화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은 단연 생산·제조 라인이다. 생산 공정 자동화율이 70~100%에 달하는 ‘스마트팩토리’가 이미 수두룩하다.

폭스콘은 중국 청두와 충칭에 있는 올인원 PC 공장 등 10곳을 이미 완전 자동화했다. 폭스콘은 2020년까지 중국 공장의 30%를 자동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올여름 무풍 에어컨을 생산하는 광주 공장 자동화율이 70%에 이르렀다. 특히, 광주 공장의 금형센터는 가공·사출·프레스 관련 다양한 종류의 최첨단 금형 장비를 갖추고 전 공정을 100% 자동화해 24시간 무인 가동이 가능하다. 사람이 하는 일은 제품 검사, 완성품 조립 등 숙련공의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 일부 작업에 그친다. 덕분에 광주 공장은 축구장이 100개나 들어가는 약 70만㎡ 용지임에도 근무 인원이 3500여명에 불과하다.

한화테크윈 창원2사업장도 일부 공정이 FMS(유연생산시스템)에 의해 24시간 무인으로 쉬지 않고 가동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남 사천 공장도 항공기 부품 생산 자동화율이 87%에 달한다.

산업자동화 장비 제조 외길만 25년째인 중견기업 톱텍은 이같은 상황이 급성장의 발판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매출액 약 4000억원대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3분기 만에 누적 매출액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재환 톱텍 회장은 "최첨단 스마트폰, OLED 뿐만 아니라 태양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자동화 장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어떤 제품도 결국 고효율 자동화 기기를 갖추느냐에서 승부가 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이제 생산·제조 부문에서 자동화는 더 이상 새로운 화두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부품의 품질이나 수요, 납기 예측 등 정성 분석까지 기계가 알아서 하는 지능화·고도화가 다음 목표다. 임재영 한화테크윈 상무는 “수집된 빅데이터는 납기를 준수하고 불량 원인을 추적하는 도구로 쓰일 것”이라며 “내년 말엔 모바일로 창원 공장과 베트남 엔진 공장의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운송·물류

▷무인 운행 신분당선 ‘안전성 최고’

교통·운송은 제조·생산 다음으로 무인화가 가장 활발한 업종이다.

무인 운행이 가장 먼저 상용화된 건 철도 분야다. 세계대중교통연합(UITP)에 따르면 전 세계 무인 운전 도시철도는 37개 도시, 55개 노선, 803㎞, 848개 역사에 달한다(2016년 말 기준). 무인 철도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속한다. 무인 운전 철도 구간이 120㎞로 프랑스(128㎞)에 이어 세계 2위다. 신분당선과 용인경전철,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등이 현재 무인으로 운행되고 있다. 신분당선이 ‘완전 무인’은 아니다. 기관사 자격증이 있는 안전요원 1명이 탑승한다. 단, 수동으로 전환해 운전하는 건 연 1~2회 정도에 불과하다. 이주창 신분당선 홍보실장은 “무인 운행하는 신분당선은 사고율과 지연율이 국내 철도 중 가장 낮다. 이를 보면 지하철 무인 운행은 이미 기술적으로 도입 가능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다른 지하철이 도입을 늦추는 건 의지 부족 또는 일자리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선 연안 선박은 2020년대 초중반, 원양 선박은 2030년께면 무인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배에 승무원이 없어지면 조타실, 기관실 등의 공간이 사라져 화물 적재량이 늘어나는 등 공간 효율성이 높아진다. 이는 제품 운송비를 감소시켜 수입 제품의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바다에 떠다니는 배 중 80%가 화물선이다. 그간 화물선은 한 번 출항하면 항해 기간이 길어 승무원 수급이 어려웠다. 무인 운항이 대중화되면 화물 운송비용이 낮아져 선주, 화주,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본다. 안전성도 높아질 수 있다. 선박 사고의 80%는 인적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는 2020년께부터 완전 자율주행차가 출시될 전망이다. 단, 본격적인 상용화 시기는 2035년 이후가 점쳐진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께면 전체 자동차 중 자율주행차 비율이 13%, 2035년 25%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차 부품 기술 업체 이에스브이의 강조셉정환 대표는 “업계에선 자율주행차 상용화 목표 시기를 대략 2020년경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그 시기는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최근 무인 비행기 개발에 적극 나섰다. 이미 군사·정찰·촬영·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선 드론이 상용화됐다. 보잉은 지난 6월 무인 여객기 개발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최근 미국 무인 항공기 개발업체 오로라플라이트사이언스를 인수했다. 이젠 자율주행 여객기도 시간문제인 셈이다.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국내 1호 로봇 은행원 ‘페퍼’가 안내하는 모습. <사진 : 이충우 기자>▶외식·유통·금융

▷대면·전화 주문 옛말…키오스크 확산

외식 시장에선 키오스크를 이용한 무인 주문대 설치가 한창이다. 패스트푸드 빅3인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은 9월 말 기준 각각 600개(전체 매장의 50%), 190개(43%), 107개(33%) 매장에서 무인 주문대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무인 주문대가 점심 시간 카운터로 몰리는 주문 수요를 분산시켜 매출 증대 효과가 있다며 가맹점들을 설득, 무인 주문대를 지속 확대 중이다.

전화로 피자 주문을 받는 것도 이젠 옛말이 돼간다. 도미노피자는 이미 총 주문 건수의 90%가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동 접수된다. 배달앱도 마찬가지. 배달의민족은 전화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바로주문·결제하는 비율이 지난해 1월 35%에서 최근 60% 이상으로 급증했다. 직원이 전화기 앞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홀도 카운터도 없이 주방만 있는 신개념 식당 ‘배민키친’도 등장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바로주문·결제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배민키친도 반응이 좋아 3호점을 준비 중이다”라고 전했다.

편의점 업계에선 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올 4월 모습을 드러냈다. 출입 통제와 결제가 모두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이뤄진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편의점 업무의 60% 이상이 단순 계산이다. 직원이 계산대에서 해방되면 한 명이 여러 매장을 관리하는 멀티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화장품 업계도 무인 판매에 동참하고 나섰다. 이니스프리는 자판기를 통해 화장품을 파는 ‘미니숍’을 올 1월 말 여의도역에 설치한 데 이어 8월 왕십리 CGV 그린라운지에 추가 도입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미니숍은 외부에서 급하게 수정 화장이 필요하거나 직원 상담이 필요 없는 단순 아이템을 주로 취급한다. 매장이 들어가기 어려운 공백 상권에 설치해 고객 점접이 최대화되는 효과도 있어 반응이 좋다. 공백 상권이 발견되는 대로 추가 출점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셀프빨래방 '워시엔조이'는 창업 4년 만에 260개 매장을 냈을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일본 방식의 동전 빨래방 개념을 넘어 IT기술을 접목한 빅데이터 관리 방식으로 진화, 일본, 중국 등으로 사업모델을 역수출하기 시작했다.프랜차이즈 업종에선 셀프빨래방이 대세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데 고가, 대형 세탁기를 들여놓기 힘들고 이불 같은 대형 빨래를 소화할 수 없는 이들을 겨냥, 고시촌·빌라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창업 4년 만에 ‘워시엔조이’ 셀프빨래방 260호 개점을 성사시킨 서경노 KLC 대표는 “정기적으로 청소·관리도 본사에 맡길 수 있다 보니 상주 인력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 순이익을 내기 용이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투잡’ 개념으로 접근하는 다점포 점주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권도 무인 경제 시대를 실감케 하는 업종이다.

말 그대로 순수 무인점포가 등장한 시점은 이미 2015년, 신한은행에서다. 은행원을 거치지 않고도 화상통화나 손바닥 정맥 인식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하고 계좌 개설은 물론 상품 가입도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2015년 이후 스마트 라운지 기기를 전국 25개 지점, 28대를 운영 중이다. 현재는 일부 지점의 경우 인간 은행원과 무인화 기기 병행 단계다. 하지만 삼정KPMG 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거래에서 모바일, 온라인뱅킹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 비율이 90%를 넘으므로 무인점포 활성화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가 주식 트레이딩에 인공지능 ‘켄쇼’를 활용해 2000년대 초반 600여명에 달했던 트레이더를 현재 2명까지 줄인 사례도 있어 이런 전망에 힘이 더해진다. AI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 등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금융사 점포는 사실상 사양길이란 평가다.

삼정KPMG 보고서는 ‘D&A(Data& Analytics)와 인공지능, 블록체인, 생체인증 기술, 사물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면서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 즉 금융 분야 무인 경제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무인시대, 부작용과 해법은

▷벤처 키워 일자리 감소 방지

편의점도 무인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노동력이 부족한 일본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편의점 무인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무인 편의점 1호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모습. <사진 : 윤관식 기자>무인 경제 시대 전망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일자리 감소, IT 기업에 대한 종속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특히 로봇에 의한 일자리 감소는 가장 광범위하고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발표한 ‘미래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 활용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5년간 전 세계에서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김용 세계은행(WB) 총재도 최근 “사람들의 희망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되는 미래와 충돌하면서 세계는 ‘충돌 코스(crash course)’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각종 산업이 글로벌 IT 기업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도 고개를 든다. 현재 각 분야에서 무인화를 주도하는 건 구글, 애플 같은 IT 기업이나 무인화 기술을 가진 이종 업체인 경우가 많다.

자동차 업계도 힘의 균형이 완성차 업체에서 부품업체와 글로벌 IT 기업으로 기우는 추세다. 자율주행차가 활성화되면 카셰어링 등 차량 공유 서비스가 더 확대돼 개인 고객을 상대로 한 차량 판매가 급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그간 완성차 업계가 공들여 쌓아온 브랜드 가치도 하락할 수 있다.

무인점포 방식의 카페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터치카페. 1호 학동점은 이면도로에 24제곱미터 면적에 소규모로 개장했는데 3개월 만에 월 6000잔 정도로 순이익만 월 450만원 정도 올리면서 무인점포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무인화는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애써 무인화를 지연시키기보다는 무인화에 따른 변화에 선제적,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태억 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대한산업공학회장)는 “일자리 보존을 위해 무인화를 늦췄다간 기업 경쟁력 도태로 기업 자체가 망해 일자리 감소를 더욱 앞당기게 된다”며 무인화 신기술을 활용한 신생 벤처창업 활성화와 해외 생산 공장 리쇼어링(국내 귀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아디다스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외에 공장을 지었지만, 최근 자동화 기술이 발달하자 다시 독일로 유턴시켰다. 자동화 공장은 그 자체로는 일자리 증대 효과가 적다. 그러나 생산 모니터링, 유지·보수·관리, 부품 공급, 유통 등 전후방 산업 활성화를 감안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무인화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부의 관련 인프라 보급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가령 농업 분야는 농촌 인구의 고령화, 여성화로 향후 노동력이 크게 부족해질 전망이어서 무인화가 시급하다. 그런데도 무인화 기술은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 문을 여닫거나 CCTV 카메라로 원격 감독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경환 전남대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내 농가는 영세해 무인화를 추진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논밭에 각종 센서를 보급하고 무선 충전소 등의 인프라를 깔아준다면 무인화 기술의 경제성이 높아질 것이다. 차세대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편의점 무인화 2025 프로젝트

年1000억개 상품 무인 판매…비용·안정성은 숙제

일본은 무인화가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하나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 무인화를 하지 않으면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본 정부까지 나서서 무인화를 서두르는 배경이다.

무인 편의점이 대표적인 예다. 5만여개에 달하는 편의점의 단순 계산 인력을 줄여 다른 산업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일본 경제산업성 상무유통보안그룹 유통정책과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편의점 전자태그 1000억장 선언’을 통해 2025년까지 5대 편의점(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로손, 미니스톱, 뉴데이즈)의 모든 취급 상품(연간 1000개 추정)에 전자태그를 부착키로 했다. 편의점 무인화를 위해선 상품의 자동 유통·결제가 필수인데, 모든 상품에 전자태그를 붙여 무선 인식(RFID) 방식으로 구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본식 무인 편의점이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4가지다. 전자태그 단가의 경제성, 판독의 정확성, 태그 접착의 안정성, 표준 코드의 보급 등이다. 현재 전자태그 단가는 10~20엔에 달한다. 이를 1000억개 상품에 붙이면 연간 1조~2조엔의 추가 비용이 든다. 그만큼 소비자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본은 전자태그 단가를 1엔 이하로 낮출 방안을 연구 중이다. 액체나 금속이 전파를 차단해 판독이 불안정하고, 태그를 상품에 효율적으로 붙이는 기술이 부족한 것도 과제다.

마스다 코우이치로 일본 미니스톱 전략부장은 “상품에 태그를 붙이는 방식보다는, 처음부터 태그가 붙은 상품을 만드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기술적으로 구현은 가능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비용을 낮추기 위해 편의점 5사뿐 아니라 제조사도 같이 협력해서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9호 (2017.10.18~10.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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