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한 아파트의 두 가구
시세보다 2억원 높게 거래
가구간 맞교환으로 추정
금리 상승·대출이자 부담
교환매매 수요 증가 추세
작년 11월엔 7건이나 진행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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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과 경기침체로 울산지역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는 등 거래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이색 거래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역대급 하락장에서 시세대비 2억원가량 높은 실거래가 신고가 등장해 관심이 쏠린다. 시세 조작 또는 주택담보대출 한도 상향 등을 위해 실제 거래금액보다 높게 ‘업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의심되는 가운데 자칫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유관기관의 면밀한 감시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울산 남구의 A아파트가 7억4000만원(20층)과 7억3000만원(19층)에 각각 실거래가 신고됐다.

해당 단지의 경우 2020년 11월 8억8200만원(16층)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 2년간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고, 지난해 11월에는 4억9000만원(22층)까지 떨어졌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나온 매물들은 대부분 6억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난달부터 거래가 체결된 거래는 5억2000만~5억7000만원 수준이다.

이처럼 5억원대에 거래되는 아파트가 갑자기 7억원대 거래 신고가 이뤄지자, 인근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추측과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작년에 두 집주인이 세대를 맞교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교환은 실거래가에 잡히지 않는데 이제와서 뒤늦게 실거래가 등록이 이뤄졌다”면서 “해당 거래에 대한 입주민들의 문의가 많다. 하지만 문의하는 입장에서도 정상거래가 아닐 것이라고는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실거래신고 및 검인을 담당하는 남구청 관계자는 “금액도 비슷하고, 요건도 비슷한 만큼 교환거래가 의심되는 사례다. 그런데 해당 거래를 진행한 공인중개사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실제로 돈을 주고 받으면서 정상적인 거래를 했다고 한다”면서 “이처럼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나 낮은 가격은 감정원 조사 대상일 확률이 높은 만큼 자금거래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매도·매수인에게 안내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감정원에서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이후 구청 토지정보과에서 조사를 실시한다. 만약 교환 거래가 확실시 된다면 추징할 세금은 없는지 세무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 “감정원에서 요청이 오기 전에라도 구청에서 조사를 실시할 수도 있지만 아직 잔금일이 도래하지 않은 만큼 당장 구청에서 나서기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지역 아파트 거래가격의 낙폭이 커지고, 거래절벽현상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자, 교환거래 등 이색 거래현상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의 거래원인별 주택거래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3건에 그쳤던 울산지역 교환거래가 7월 이후에는 10건으로 급증했다. 한 달에 한 건이 이뤄질까말까한 교환거래가 11월에만 7건이나 진행된 것이다.

부동산 교환매매란 자신의 부동산과 타인의 부동산을 맞교환하는 것이다. 소유권이전등기의 원인이 되는 매매, 판결, 증여 등과 마찬가지로 합법적 거래방식 중 하나이며, 교환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주로 활용한다.

종전에는 교환매매 수요 자체가 적었기에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금리가 급격히 오르며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교환매매로 눈을 돌리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양도소득세를 피하려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관심이 높다. 현행 세법은 신규 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거래가 침체된 상황에서 집을 빨리 처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교환 거래가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아파트를 교환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교환 거래도 합법이다. 하지만 거래 가격을 속이면 불법 거래로 적발되는 만큼, 감정평가를 받아 시세를 산정해야 한다”면서 “올해 부동산시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교환거래는 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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